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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

  • 작성자 사진: 온리트건축사사무소
    온리트건축사사무소
  • 2024년 1월 25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2월 19일


'갈색 낙엽'이라는 이름을 붙인 분홍색 공책 한 권이 기록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고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딱히 일기를 써야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친정집 어딘가 상자 속 깊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매년 다이어리를 하나씩 샀습니다. 중학생 때는 단순히 일기를 적는 용도로, 고등학생 때는 스터디 플랜 용도로, 대학생 이후로는 다시 일기를 적기 시작했죠. 매년 적어나간 다이어리가 어느덧 10개가 넘습니다. 자주 들여다보지는 못해도 가끔 과거의 다이어리를 펼쳐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어떤 해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빈칸만 가득하고 어떤 해는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살았나 싶을 정도로 빽빽한 스케줄과 일기들로 가득한 때도 있고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은 문장들도 있습니다. 다이어리 안에는 희로애락이 가득한데 이상하게 보고 있으면 즐거운 기분만 듭니다. 그때의 힘들었던 일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휘발된 채 그저 '기억'으로만 남겨지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 그랬었지.' 하며 피식 웃고 넘겨버리는 한 페이지에 묘한 안도감도 듭니다.


온리트건축사사무소는 2023년 12월 11일에 개업한 회사입니다. 이제 막 2개월 차에 접어든 햇병아리 사무소입니다. 제가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은 이미 모든 과정을 거쳐 사무소를 오픈한 선배 건축사들의 기록들입니다. 아마 그 기록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겠죠. (물론 보고해도 시행착오는 있습니다.) 사업의 '준비'과정은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도 했고, 사업자등록증도 나왔고, 관련 세금들을 내라고 안내문도 날아오는 것을 보면요. 이제 진짜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그때와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해 두고 싶다. 잘 지켜진다면 매달 한 번씩 사업을 시작한 햇병아리 소장의 글이 이곳에 올라오겠죠. 이 기록엔 감정은 최대한 빼고 생각을 위주로 기록해 둘까 합니다. 제 건축사사무소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저도 제3자의 눈으로 보고 싶으니까요. 또 이 기록을 빌미로 홈페이지의 편집장이 된 기분도 내고요.


잘 기록해두고 싶은 욕심과는 반대로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상황에 맞는 적확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늘 쓰던 단어의 정확한 뜻도 잊어버리고요. 그래서 다시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필사가 좋다기에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분의 글을 필사하고 있습니다. 글투도, 글의 일목요연함도, 어휘의 선정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하루씩, 조금씩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저만의 색깔이 담긴 글들도 나오지 않을까요? 기록을 잘 하기 위해서 생각의 정리가 잘 되어야 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는 알고 있는 지식들도 풍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기록의 과정은 더 나은 건축을 하기 위한 과정과도 맞닿아 있겠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기록을 하면서, 견문을 넓힐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이 기록을 보면서 '애송이었군' 하는 때가 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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